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사고는 크든지 작든지 누구나 낼 수 있고 당할 수도 있다. 최종적으로는 보험사와 합의라는 절차를 거치면 끝난다.
그렇다면 경황없이 보험사와 한 합의는 취소할 수 있을까? 없을까? 법적으로는 어떻게 해석되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인 실제 보상실무에서는 어떻게 처리될까? 현직 손해사정사가 쉽게 알려드리겠다.
1. 우선 "합의"라는 말은 무슨 뜻?
흔히들 보험사와 합의했다고 하는데, 정확하게 말하자면 법률상 용어는 아니고 실무적으로 쓰는 말이다.
굳이 법률상 용어를 들이대자면 재판을 해서 판결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끼리 사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화해"라고 하는데,
보통 화해는 서로 양보해서 분쟁을 종료하고 합의(화해)의 내용으로 향후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합의금이 큰 경우에는 보험사에서 별도로 권리포기증이라는 부제소(추후 소송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받아가기도 한다.
2. 교통사고 피해자가 받는 합의금의 내용은?
보험사는 가해차량을 대신해서 보험회사가 손해배상을 하는데, 그 세부항목은 약관에 정해져 있다.
크게는 치료비, 일 못한 손해인 휴업손해, 장해보상, 위자료로 대락 구분된다. 물론 치료비는 보험사에서 병원으로 직접 지급한다.
실무에서 합의의 취소가 종종 논란이 되는 경우는 주로 합의 후 장해가 발생한 경우다. 합의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후유증이 생겼을 경우에 발생한다.
3. 합의의 형태별 효력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법적 시각은?
가. 합의성립이 안된 것으로 보는 경우
합의의 본 뜻과는 다르게 합의의 대상에 대해 협의나 자세한 설명이 없이 모르고 합의서에 날인해 준 경우가 해당되는데, 실무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위 내용을 피해자가 입증한다면 합의의 성립은 인정되지 않는다.
나. 현저하게 불공정한 법률행위라고 볼 만한 경우
객관적으로 봐도 너무 형편없는 합의금이 지급되었거나, 사고정도와 현저하게 불균형한 합의는 피해자의 궁박, 무경험, 경솔로 인한 것으로 이런 경우는 무효다.
이런 경우도 실무에서는 거의 발생되지는 않는다. 물론 현저한 불공정에 대한 판단은 개인의 주관적 사항이기 때문에 단정 지어 말하기는 좀 어렵다.
다. 착오에 의한 경우
보통 화해계약(합의)은 착오를 원인으로 취소하지 못한다. 그러나 화해 당사자의 자격이나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안에 착오가 있을 때는 취소할 수 있다.
라. 기존 합의의 내용을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경우 (실무에서 제일 많이 발생하는 경우다!)
원론적으로는 합의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불가하지만,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 합의의 효력이 제한될 수가 있다.
최초 합의가 손해의 범위를 정확히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루어졌고, 나중에 발생한 손해를 합의 당시 사정으로 판단 시 예상이 불가능하였다면,
나중에 발생한 손해를 예상했더라면 사회통념상 그 금액으로는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여겨질 만큼 중대한 것이라면,
이러한 손해배상 청구권까지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보기에 다시 보험사에 추가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추가로 배상을 요청하려면 근거자료나 의사의 소견이 있어야 한다. 무조건 해달라고 졸라서는 답이 없다.
4. 현장에서 겪은 합의가 부정된 사례는?
(사례 1)
사고 당시 허리 부위가 많이 불편하였고, 다리에 하지 방사통이 있었으나 정밀검사(MRI)를 받지 않고 일반적인 부상에 대한 합의금만 수령하였으나,
합의 후 2개월 만에 허리 정밀검사 결과 디스크탈출증으로 확인되어 추가로 한시장해가 인정된 경우가 있음
(사례 2)
초진 진단서에는 단순 뇌진탕으로만 진단되어 통상의 합의금만 수령하고 합의를 하였으나, 불과 수개월 사이에 미만성축삭손상이 발생해서 장해인정이 된 경우
(사례 3)
차내 승객으로 단순 경요추염좌 진단으로 치료 후 합의하였으나, CRPS라는 복합통증증후군이 발생되어 의사가 교통사고와 인과관계있다는 소견이 있어 장해보상을 받은 경우
5. 그 외 단순부상 사고 시 합의가 부정된 사례는?
요즘은 보험사들의 서비스가 많이 좋아져, 별생각 없이 합의를 하고 통장으로 합의금을 수령하였지만, 통증이 지속되면 합의금을 반환하고 재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시간이 많이 지난 경우라면 안 되겠지만 통상 3~4일 내에 전화 등의 방법으로 상황설명을 하고 요구하면 대개는 담당자가 합의를 취소해 준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 이지만, 요즘은 보험사에서도 민원방지 차원에서 우연만한 사항이라면 크게 토 달지 않고 합의를 취소해 주는 경우도 있다.
다만, 쟁점이 될 만한 사항이고 보험금이 큰 사건이라면 신중하게 생각해서 합의하시라. 의외로 큰 금액은 보험사가 목숨을 걸고 로펌에 의뢰해서 방어하기 때문이다.
자잘한 금액은 쉽게 쉽게 합의를 취소해 주지만, 고액의 보험금이 지출되는 사건이라면 보험사가 원수처럼 나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할 가능성이 높다.
단순 접촉 사고로 보험사와 합의한 사항은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대개 보험사에서 합의를 취소해 주기도 하지만 모든 건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합의의 뜻을 잘 이해하고, 혹여 찜찜한 부분이 있다면 합의 전에 의사의 소견이나 차트 등에 해당 기록을 꼼꼼히 남겨 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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